— 의미와 상징
누군가 여러분에게 "왜 침례를 받으려고 하세요?"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어떤 사람은 "교회 다니면 다 받는 거니까요"라고 답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침례는 통과의례가 아닙니다. 침례는 이미 여러분 안에서 일어난 일, 곧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고 새로운 사람이 된 그 일을 몸으로 선포하는 사건입니다.
많은 사람이 침례를 "죄를 씻어내는 의식"으로 오해합니다. 그러나 침례 자체가 죄를 씻지는 못합니다. 우리의 죄를 씻는 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피뿐입니다. 침례는 그 씻음이 이미 일어났다는 사실을 몸으로 증언하는 것입니다. 물속에 잠기는 순간은 그리스도와 함께 옛사람이 죽어 장사되는 것을 나타내고, 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은 그리스도와 함께 새 생명으로 다시 사는 것을 나타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의 죽으심과 합하여 침례를 받음으로 그와 함께 장사되었나니…"
그래서 침례는 두 가지를 동시에 말합니다. 하나는 과거와의 단절입니다. 예전의 죄와 옛 삶의 방식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새로운 시작입니다. 이제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침례를 받는다는 것은 이 두 가지 진리를 온 교회 앞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 앞에서 선포하는 일입니다.
성경의 여러 표상 가운데 물은 죽음과 심판, 동시에 정결과 새 생명을 함께 담고 있는 독특한 상징입니다. 노아 시대의 홍수는 심판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세상의 시작이었고, 홍해를 건넌 사건은 옛 삶(애굽의 종살이)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광야 순례와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는 전환점이었습니다.
침수(물속에 완전히 잠기는 것)라는 형식 자체가 이 상징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잠기는 것은 죽음과 장사를, 다시 올라오는 것은 부활과 새 생명을 눈에 보이게 그려냅니다. 그래서 침례교회는 이 침수의 형식을 소중히 지켜왔습니다.
정리하면, 침례는 구원을 얻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이미 얻은 구원에 대한 순종의 응답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것이 먼저이고, 침례는 그 믿음의 고백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오늘 이 교육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 이미 여러분 안에서 일어난 은혜의 사건을 정직하고 분명하게 세상 앞에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침례
침례는 신약성경 곳곳에서 등장합니다. 그 시작은 침례 요한입니다. 그는 요단강에서 사람들에게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고 외치며 침례를 베풀었습니다(마 3:8). 요한의 침례는 아직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 이전이었기에, 죄를 자백하고 돌이키는 회개의 의미가 중심이었습니다. '회개'로 번역된 헬라어 '메타노이아(μετάνοια)'는 단순한 후회의 감정이 아니라 생각과 방향이 완전히 바뀌는 것을 뜻합니다. 요한은 회개가 말뿐 아니라 삶으로 증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누가복음 3장에서는 세리에게는 정직한 세금 징수를, 군인에게는 강탈하지 말 것을 구체적으로 요구합니다 — 회개는 언제나 삶의 열매로 확인됩니다.
그런데 예수님도 요한에게 침례를 받으셨습니다. 죄 없으신 분이 왜 침례를 받으셨을까요. 예수님은 자신이 죄인이어서가 아니라, 모든 의를 이루기 위해(마 3:15) 우리와 같은 자리에 서셨습니다. 그리고 그 침례 자리에서 하늘이 열리고 성령이 비둘기같이 임하며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습니다 —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 예수님의 침례는 그분의 공생애 사역이 시작되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 제자들에게 남기신 마지막 명령에도 침례가 들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침례를 베풀고…"
초대교회는 이 명령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오순절에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마음이 찔린 사람들이 "우리가 어찌할꼬" 물었을 때, 베드로의 대답은 명확했습니다. "회개하여 각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침례를 받고 죄 사함을 받으라"(행 2:38). 그날 하루에 삼천 명이 침례를 받았습니다. 오순절(五旬節)은 유월절 이후 50일째 되는 날을 지키는 유대 절기 '칠칠절'을 가리킵니다. 원래는 밀 추수를 감사하는 절기였는데, 예수님이 부활 승천하신 후 이 날 예루살렘에 모인 제자들에게 성령이 강림하시면서 신약교회가 시작된 날이 되었습니다(행 2장). 그래서 오순절은 성령강림절이라고도 부르며, 교회의 생일로 여겨집니다.
에티오피아 내시(행 8:26-39) — 빌립이 성경을 풀어 예수님을 전하자, 광야 길을 가던 에티오피아 내시는 물이 보이는 곳에서 마차를 세우고 그 자리에서 침례를 받았습니다. 배움 뒤에 지체 없이 순종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빌립보 간수(행 16:25-34) — 지진으로 감옥 문이 열렸던 그 밤, 간수와 그의 온 가족이 복음을 듣고 그 시각에 침례를 받았습니다. 인생이 흔들리던 순간에 찾아온 구원이 곧바로 침례로 이어진 이야기입니다.
이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믿음이 생기자 지체하지 않고 침례로 나아갔다는 것입니다. 침례는 미루어도 되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믿는 즉시 응답해야 할 순종의 걸음이었습니다.
신약성경 전체를 통틀어 믿었지만 침례를 미룬 사람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믿음과 침례는 언제나 가까이 붙어 있었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침례를 준비하는 것도 이 성경적 전통을 그대로 잇는 일입니다.
침례
한국의 여러 교단은 침례에 대해 조금씩 다른 이해를 갖고 있습니다. 은혜교회가 속한 기독교한국침례회는 다음 두 가지를 분명히 지켜온 전통이 있습니다.
첫째, 신자의 침례(believer's baptism)입니다. 침례는 스스로 믿음을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이 받습니다. 그래서 침례교회는 본인이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는다는 사실을 스스로 이해하고 고백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침례를 베풉니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유아세례를 베푸는 전통과는 이 지점에서 다릅니다. 신자의 침례를 강조하는 전통은 16세기 종교개혁 시기의 재침례파(Anabaptist) 운동에서 뚜렷해졌습니다. 이들은 유아세례를 받은 사람이라도 스스로 신앙을 고백하지 않았다면 참된 침례가 아니라고 보아, 성인이 되어 다시 침례를 받았습니다('재침례파'라는 이름 자체가 여기서 나왔습니다). 이후 이 신념은 침례교회를 비롯한 여러 교단으로 이어져, 오늘날 신자의 침례 전통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일부 교단은 부모의 믿음을 근거로 유아에게 침례를 베풀고, 이후 성장하여 스스로 신앙을 확인하는 입교(견진) 절차를 둡니다. 침례교회는 침례 자체가 본인의 살아있는 신앙고백이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스스로 믿고 고백할 수 있을 때 침례를 받도록 합니다. 그래서 어린 나이라도 스스로 복음을 이해하고 예수님을 구주로 고백할 수 있다면 침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나이가 기준이 아니라 믿음의 고백이 진짜인가가 기준입니다.
둘째, 침수침례(immersion)입니다. 물을 이마에 살짝 뿌리는 방식이 아니라, 온몸이 물속에 완전히 잠겼다가 다시 올라오는 방식으로 침례를 베풉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이 형식 자체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함께 다시 사는 것을 몸으로 가장 선명하게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침례(浸禮)'라는 이름 자체가 '잠기는 예식'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단순히 절차의 문제가 아닙니다. 침례교회가 성경을 읽어온 방식, 곧 신앙은 개인이 스스로 하나님 앞에서 결단하는 것이라는 확신이 담긴 실천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오늘 받게 될 침례는 부모님이나 교회 공동체가 대신 결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 자신의 살아있는 신앙고백이어야 합니다.
유아세례를 받았지만 이후 스스로 신앙을 고백하며 침례를 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침례교회는 유아세례를 신자 본인의 신앙고백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원한다면 침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이전의 침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나님 앞에서 믿음을 고백하는 첫 순간을 갖는 것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고민이 있다면 담임목사님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나의 신앙 점검
침례를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화려한 예식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내 신앙이 진짜인지를 스스로 정직하게 점검하는 것입니다. 아래 세 가지 질문 앞에 잠시 멈춰 서 보시기 바랍니다.
첫째, 나는 내가 죄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합니까. 이는 단순히 "나쁜 일을 좀 했다"는 수준의 반성이 아닙니다. 하나님 없이는 스스로 구원에 이를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둘째, 나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셨음을 믿습니까. 이 믿음이 막연한 지식이 아니라, 내 삶의 결정적인 사실로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셋째,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구주와 주인으로 삼고 살아가기로 결단했습니까. 침례는 과거에 대한 회개와 함께, 앞으로 그리스도를 따라 살겠다는 미래에 대한 결단이기도 합니다. 회개는 단 한 번의 사건이면서 동시에 평생 이어지는 삶의 방향입니다. 침례 받는 순간의 회개는 죄에서 돌이켜 그리스도께 삶의 방향을 맞추는 결정적 전환점이지만, 그 이후에도 넘어질 때마다 다시 하나님께로 돌이키는 회개는 계속됩니다. 침례는 이 회개의 시작을 공적으로 선언하는 것이지, 회개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래 목록을 하나씩 눌러 스스로 점검해 보십시오.
- 나는 내가 하나님 앞에 죄인이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 나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셨음을 믿습니다.
-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구주와 주인으로 고백합니다.
- 나는 침례의 의미(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함께 사는 것)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 나는 침례 이후에도 신앙생활을 계속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청소년기에 받는 침례는 결코 "어리니까 가볍게 받는 침례"가 아닙니다. 오히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기에,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신앙이 아니라 나 자신의 신앙으로 이 결단을 내리는 소중한 순간입니다. 침례를 준비하며 부모님과 이 다섯 가지 질문을 함께 이야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또한 담임목사님과 짧게라도 개인 면담을 통해 자신의 신앙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꼭 가지시기 바랍니다. 확신이 서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솔직하게 질문하십시오. 그 질문 자체가 신앙이 자라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다섯 가지 항목에 모두 진심으로 "예"라고 답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침례를 받을 준비가 된 것입니다. 혹시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 항목이 있다면 부담을 갖지 마십시오. 담임목사님과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침례는 서두를 일이 아니라, 진실해야 할 일입니다.
그 이후의 삶
침례식 당일의 순서는 크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담임목사님이 침례 후보자의 이름을 부르고 짧은 신앙고백을 확인한 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그대에게 침례를 베푸노라"는 선언과 함께 물속에 잠겼다가 다시 올라오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온 회중은 이 순간을 지켜보며 함께 기뻐하고 기도합니다.
편안하게 물에 젖어도 되는 옷과 여벌 옷, 수건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담임목사님과 교역자가 침례 전 과정을 함께 도와드립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옷차림이 아니라 그 순간 마음에 담을 고백이라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하지만 침례는 그날 하루로 끝나는 사건이 아닙니다. 침례를 받았다는 것은 이제부터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정식 지체로서 살아가겠다는 약속이기도 합니다. 은혜교회에서 이 약속은 구체적으로 목장 생활로 이어집니다. 부부목장, 남자 목장, 여자 목장 등으로 구성된 목장은 열두 명 안팎의 지체들이 매주 함께 말씀을 나누고 삶을 나누는 신앙의 실제 자리입니다. 침례는 그 공동체 안에서 함께 자라가겠다는 결단이기도 합니다.
정기적인 주일예배 참석, 목장 모임 참여, 성찬(주의 만찬)에 참여하는 것, 그리고 말씀과 기도로 하나님과 매일 동행하는 삶 — 이 모든 것이 침례 이후에 열매 맺어가야 할 신앙의 모습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으켜 세우시는 하나님과, 함께 걸어줄 목장 식구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성찬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날 밤, 제자들과 마지막 식사를 나누며 떡과 잔으로 자신의 몸과 피를 기억하라고 명하신 데서 시작되었습니다(고전 11:23-26). 많은 교회가 침례를 받아 정식 지체가 된 사람부터 성찬에 참여하도록 하는데, 이는 성찬이 단순한 기념 행사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 공동체의 지체임을 함께 확인하는 예식이기 때문입니다.
침례는 신앙의 완성이 아니라 공적인 출발선입니다. 오늘 여러분이 이 교육을 마치고 침례를 준비하는 것은, 은혜교회라는 신앙의 가족 안에서 평생 함께 자라갈 것을 결심하는 첫걸음입니다.
침례 서약
나는 내가 죄인임을 인정하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셨음을 믿습니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구주와 주인으로 삼고,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새 생명으로 살아가기를 원하여 이 침례를 받습니다.
나는 은혜교회의 지체로서 목장 공동체 안에서 함께 예배하고, 함께 배우고, 함께 살아가기로 다짐합니다.